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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적, 아버지의 월급날은 우리 가족에게 작은 명절이었다.
    그날만큼은 평소보다 일찍 집 앞 대문에 나가 아버지를 기다리곤 했다.
    어둑해진 골목길 끝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구두 소리, 그리고 손에 들린 노란 종이봉투.
    그 안에는 늘 바삭한 냄새를 풍기던 통닭 한 마리가 들어 있었다.

     

     

    아버지가 “우리 아들들 기다렸지?” 하며 웃으실 때면
    그동안의 하루 피곤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듯했다.


    식탁 위엔 김이 모락모락 오르고,
    엄마는 가위를 들고 통닭을 먹기 좋게 잘라주셨다.
    우린 서로 다리 하나라도 더 먹겠다고 웃으며 다투었고,
    기름 묻은 손으로 먹던 그 맛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때는 몰랐다.


    그 한 마리 통닭에 아버지의 한 달 고생과 사랑이 담겨 있었다는 걸.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통닭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가족의 행복’ 그 자체였다.
    따뜻한 불빛 아래, 웃음이 가득했던 그날의 저녁은
    지금도 내 마음속 가장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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