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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대 초등학교 시절, 나는 처음으로 짜장면을 먹어봤다.

    한입 먹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그 달콤한 짠맛에 눈이 번쩍 뜨였다.

    그건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그 시절 짜장면은 지금처럼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일 년에 몇 번, 손꼽을 만큼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었다.

    내 생일날, 학교 운동회날, 그리고 아버지의 월급날.

    그 세 날이 내가 짜장면을 만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런데 어느 날, 내 인생에 작은 기적이 찾아왔다.

    우리 반에 전학 온 친구가 내 짝이 되었는데,놀랍게도 그 친구의 집이 새로 생긴 중국집이었다.

    그때 우리 동네엔 중국집이 없어,짜장면 한 그릇을 먹으려면 읍내까지 나가야 했다.

    그런데 짝꿍네 집이 바로 그 귀한 중국집이라니!

    그건 어린 나에게 세상이 주는 선물 같았다.짝꿍의 초대로 처음 그 집에 놀러 갔을 때,친구 아버지는 “친하게 지내라”며 직접 짜장면과 탕수육을 만들어 주셨다.

    그때 처음 먹어본 탕수육의 바삭함과 짜장면의 진한 소스 맛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그날 이후, 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아이가 되었다.

    다른 아이들이 일 년에 몇 번만 먹을 수 있었던 짜장면을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먹을 수 있었으니까.부모님은 내가 짜장면 사달라고 조르지 않자

    “가정 형편 생각해서 그런가 보다” 하시며 기특해하셨지만,사실 나는 아무도 모르게 짝꿍네 가게에서 짜장면과 탕수육의 행복을 마음껏 누리고 있었다.

    그 시절, 짜장면 한 그릇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그건
    행복의 맛,그리고 친구와의 추억이 담긴 따뜻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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