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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나는 선도조장이었다.
아침 조회시간이 다 되어가는데도 몇몇 아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교실 문 앞에서 초조하게 서 있던 나에게 담임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얘들아, 아직 안 온 애들 좀 찾아와라.”
나는 급히 교문 밖으로 뛰어갔다. 겨울 아침 공기가 코끝을 톡 쏘았다.

학교 앞 문방구에 도착하자,
그곳엔 늘 그렇듯 아이들의 작은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면
문방구 특유의 달콤한 과자 냄새,동전함이 딸깍거리는 소리,
그리고 짱깸보 게임기에서 울려 나오는 전자음이 귀를 간질였다.
그 앞에는 점퍼를 아무렇게나 걸친 아이들이 손을 짱깸보 버튼 위에 올린 채
숨죽이며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 번만 더 하면 이길 수 있어!”
“잠깐만, 이번엔 내가 바위 낸다니까!”
아이들의 손끝은 빠르게 움직였고,게임기 불빛이 얼굴에 반짝였다.
밖에서는 1교시 종소리가 울렸지만 그 누구도 들은 척 하지 않았다.
그때의 문방구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놀이동산이자,
가장 큰 세상이었다.
짱깸보 게임기에 손을 올린 채 열중하고 있는 아이들,종이 뽑기 통 앞에서 “이번엔 꼭 당첨될 거야!”라며 눈을 반짝이던 친구들.
그들은 시간도, 종소리도 잊은 채 그곳에 있었다.

“야, 빨리 가자! 종 쳤어!”
내가 외치자 아이들은
아쉬운 눈빛으로 게임기를 내려놓았다.
그때 문방구 아저씨가 웃으며 말했다.
“선도조장님 출동했네~ 오늘은 내가 졌다.”
그날 아침, 친구들을 이끌고 학교로 뛰어가며
나는 문득 생각했다.

선도조장이라는 게 참 어렵다…
하지만 나도 저기서 게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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